과거 인간은 음식물 섭취가 일정하지 않아 에너지를 저장하는 능력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지방세포(fat cells)는 중성지방(triglyceride)형태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며, 필요할 때는 중성지방을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s)형태로 분배한다. 내분비계, 신경계로 조절되는 이런 시스템 덕분에 인간은 굶어도 수개월 까지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영양과다와 좌식생활은 그 시스템이 지방형태의 에너지 저장을 늘리고 결국 건강의 나쁜 결과를 야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비만은 왜 병일까? 뚱뚱한게 왜 병이지? 키가 큰것은 병이 아닌데 왜 비만은 병이라고 할까? 비만은 어떻게 정의할까?
비만(Obesity)의 개념적인 정의는 지방조직의 과다(a state of excess adipose tissue mass) 이다. 체중의 과다로 정의되기도 하는데, 마르고 근육질인 사람은 체중기준으로는 비만일 수 있으나, 지방조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체중보다는 합병증, 사망과의 연관성 혹은 지방조직의 양으로 정의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지방과다(adiposity)의 직접적인 측정은 아니나 보통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사용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피하지방두꼐(skinfold thickness),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자기공명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등의 방법이 있다고는 하나 임상에서는 제한적으로 쓰인다.)
대부분의 역학연구에서 BMI 25 이상일 때부터 다양한(metabolic, cancer, cardiovascular) 합병증 이환률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BMI 25 이상을 과체중이라고 보고, 개입을 시작한다. BMI 30 이상부터는 합병증 이환율이 상당히 증가하여, 보통 비만의 기준을 BMI 30으로 본다.(서양기준의 내과학 교과서기준이며, 대한비만학회에서 발표한 2018 진료지침에서는 성인기준 BMI 23~24.9를 비만전단계(과체중), BMI 25부터 비만으로 분류했다.)
지방조직의 분포 또한 합병증 이환율에 굉장히 중요하다. 복강내 및 복부의 피하지방은 엉덩이나 하지의 피하지방보다 비만의 합병증에 연관성이 더 높음이 알려져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waist-to-hip ratio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만이 우리몸에 어떻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는 이 글의 목적에서 좀 벗어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몸에 지방조직이 과다하면,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s)가 분비되면서 지방간 등의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며,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adipokine을 비롯한 cytokine이 비만의 합병증에 관여함이 알려져있다.
즉, 몸에, 특히 복부에 지방조직이 쌓이면,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하여 암,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연관되기 때문에 우리는 비만을 질병, 치료의 대상으로 본다.
임상에서 비만의 정도를 파악할때 대부분 체중과 키를 보고 대략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환자든 간에 키와 체중은 나이, 성별처럼 기본적으로 기록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비만의 정도’를 파악하기위해 추가로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없다. 혹은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s, EMR), 즉 의사가 보는 전산프로그램에 키와 체중을 이용하여 BMI가 자동으로 계산까지 해준다면 BMI를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키와 체중, BMI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지방과다(특히 복부지방)의 정도 혹은 비만의 합병증과의 연관성 일 것이다. 비만의 합병증은 그 환자의 비만의 정도 뿐만 아니라 그 환자의 다른 동반질환(고혈압, 당뇨 등)의 유무 등 고려할 다른 요소가 많아 추후 대사증후군에 대해 정리할 때 다시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지방과다(특히 복부지방)의 정도를 측정하는 시도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비만의 정의를 리뷰하다보니 단순히 체중만 측정하는 것이 아닌, 근육량, 체지방량 등 체성분 분석까지 해주는 인바디가 생각난다. 인바디는 사실 회사이름이고, 정확히는 생체전기임피던스법(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이다. 인체가 전기가 잘 통하는 수분으로 이루어져있고, 수분량에 따라 전기가 통과하는 정도, 즉 저항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한다. 우리몸에 전류를 흘려 생기는 저항을 측정하여 우리몸의 체성분을 측정하는 것이다. 전극의 위치나, 몸의 수분량(수분섭취, 소변배출전후 등)에 민감하여 측정값의 변동(variation)이 크고 정확도에 의문이 있어 임상의사들이 많이 참고하는 uptodate에서는 제한적인 조건(바디빌더 혹은 부종이 심하여 BMI가 체지방측정에 적절하지 않은 환자 등)에만 권고한다. 인바디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보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밀도 및 재현도를 개선시키고 있고 영양, 스포츠, 비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능을 증명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 체중보다는, 체성분 분석, 특히 체지방량이, 비만의 병태생리, 즉 합병증을 일으키는 기전을 잘 반영할 것이다. 같은 체중이더라도 근육이 많은 사람이 복부지방이 많은 사람보다는 건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BIA가 헬스장 외에는 많이 쓰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정확도 개선을 통해 근거를 만들어 내고, 무엇보다 국제 표준이 만들어 지면 의료에 적용해 볼 여지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굉장히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고, 비교적 정확하고 측정이 쉬운 체중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체중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기존의 체중계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스마트 체중계’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한 체중계도 나오고 있으며, BIA 기술을 이용해서 체성분 분석까지 가능한 것도 있다.(얼마나 정확할 지는 의문이다..) 인바디에서도 인바디 밴드라는 이름으로 팔목에 차는 웨어러블 밴드를 출시했다. 왼손에 전극이 달린 팔찌를 차고 오른손으로 그 전극에 접촉하면 BIA로 체성분 분석이 가능은 한데.. 리뷰 몇개를 읽어보니 배터리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사용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인바디 밴드 2, 액정 위아래의 전극을 통해 양손 사이의 전류를 흘려 상체의 체성분을 분석하고 하체의 체성분은 그것을 통해 추정한다 >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체중은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체중이 집에서의 체중을 어느정도는 반영한다. 따라서, 집에서 측정한 환자의 체중 트렌드를 아는 것이 진료에는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더더욱 정확하지도 않은 체성분 분석을 팔찌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측정하는 것은 의미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추후 비만의 치료 편에서 볼 눔(“noom”)같은 솔루션을 위해서는, 매일의 체중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비만 유병율은 34.7%, 남자는 42.8%, 여자는 25.5%이다. 20년간 전체 유병율는 98년 26.0%에서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이다. 성인 10명중 3~4명은 비만이다. 그들은 과연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관리받고 있을까? 같은 자료에서 흥미로웠던 사실은, 주관적 비만인지율(BMI 25이상인 사람 중 주관적으로 본인의 체형이 “약간비만” 또는 “매우비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분율)이 전체 86.6%, 남여각각 82.9%, 93.1%였으며, 체중감소시도율(같은집단에서 최근 1년간 본인의지로 체중을 감소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의 분율)은 전체58.6%, 남여각각 54.3%, 68.5% 였다.
과연 저렇게 많은 비만인구가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내가 받았던 입원환자들 중 확률적으로 35%는 비만이었을 것이고 과체중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뇨환자가 아니고서야 그 환자의 체중까지 신경쓰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같이 1차의료가 약한 전문화된 의료시스템에서 환자의 그 당시 가장중요한 문제가 아닌 체중이나 생활습관까지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과로에 허덕이는 의사들에게 비만관리, 교육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비만은 의사의 역할이 다른 질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진단이 어려운것도 아니다. 치료의 근간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약물치료나 수술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교육 정도이다. 오히려 교육을 해주는 전문간호사나 영양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비만인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임상가가 모든 것에 관여하기 보다는 정책적으로 개입하고, 기술을 이용하여 효율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눔(noom) 등의 체중관리 어플리케이션이 활성화 되어 병원밖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체중은 어떻게 관리될까? 에너지 섭취와 소비간의 밸런스에 의해 유지될 것이다. 내분비계(endocrine)와 신경계(neural) 요소가 에너지 섭취와 소비 밸런스에 관여한다. 에너지 섭취, 즉 식욕은 다양한 호르몬 및 혈당, 미주신경, 심리사회적 요인이 관여한다. 우리는 에너지를 여러가지 형태로 소비하는데, 기초대사(basal metabolic rate)가 70%까지 차지하고, 우리의 신체활동은 5~1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언급한 에너지 섭취와 신체활동 보다 사실은 체중조절은 내분비계와 신경계에 의존한다. 많이 먹거나 혹은 굶어서 체중변화가 생기면 우리몸은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여 변한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leptin이다. 뇌(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소비를 늘린다. 체중이 감소되면 식욕이 늘고 에너지소비가 떨어진다. 체중이 늘면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후자의 조절은 현대사회같이 음식이 풍부하고 신체활동이 적은 환경에서 종종 실패하여 결국 체중증가를 야기한다.
비만은 왜 생길까? 쉽게 생각하면 만성적으로 에너지소비보다 섭취가 과다하면 생긴다. 그러나, 그것을 조절하는 내분비, 신경계통 및 대사활동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정량화 하기 어렵다. 어찌보면 비만은 하나의 질환이라기 보다는 원인이 다양한 질환이 모인 이질적인(heterogenous) 질환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만의 원인은 크게 유전과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크게 작용할까? 경험적으로 가족끼리 체중 경향이 어느정도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체중의 유전경향(heritability)는 키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다고 한다. 입양한 아이를 보면 양부모보다 생물학적 부모를 더 따라간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이 살든 따로 살든 유사한 BMI를 갖는다. 현재, 알려진 유전 변이들을 통해 체중변동(the variance of body weight)의 5%미만정도를 설명 가능하며 구체적인 유전자는 아직 대부분 밝혀져있지 않다.
아무리 유전이 중요하다지만 어쨌든 환경도 비만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는 비만인구를 유전자 풀(pool)이 변화해서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적 요소, 경제적 요소 또한 중요하다.(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빈곤층이, 개발도상국에서는 부유층이 비만이 더 많다.) 식이 구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쟁이 있긴 하지만 고지방 식이는 비만을 촉진시킬 것이다.
많은 유전병 혹은 다른 질병들이 이차적으로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져있다. 대표적으로는 쿠싱신드롬과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있다. 세부내용은 교과서참고..
다른 이차적인 원인이 있지 않는 한 비만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에너지섭취와 소비의 불균형때문이다. 그러나 그 둘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연구적으로는 에너지소비를 측정하는 metabolic chamber 등의 방법이 있고, 그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에너지섭취를 측정할 수 있으나, 이것을 비만관리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우리몸에 체중 “set point”이 있다는 개념은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다. 우리몸이 어느 체중을 벗어나면 여러가지 내분비 신경계통의 반응을 통해 식욕이나 에너지소비를 조절하여 다시 그 체중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위에서 잠깐 언급한 leptin이라는 호르몬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leptin은 지방세포에서 분비하고 시상하부에 작용하며,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전형적 비만환자에서 leptin 은 증가되어 있다. 호르몬수용체 등의 문제라기 보다는 모종의 기능적 leptin 저항성 (functional leptin resistance)가 있다고 생각한다. leptin의 저항성이나 치료적 가치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연구중이다.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위의 내용을 토대로 두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같다.
조절의 장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비만은 그냥 많이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위의 내용을 알게 되면 비만환자들이 약간 억울할 것 같다.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섭취와 소비를 조절하는 우리몸의 조절장치가 망가지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태어날때 부터 그런 경향을 갖고 태어난다. 식욕 마저도 우리몸의 호르몬이나 신경계에 지배를 받는다. 약물로 혹은 수술로 그런 조절장치를 어느정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만에서 약물 혹은 수술적 치료는 부가 옵션이며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
우리몸의 그런 조절이 망가지더라도 의지로 이겨내야만 한다. 어쨌든 많이 먹으면, 그리고 그만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면, 살이 찐다. 에너지 섭취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점점 모바일 기기를 통해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 또한 기초대사는 측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신체활동은 여러가지 IOT 기기와 모바일 기기로 측정이 가능하다.
비만의 합병증에 대해서는 이 글의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듯 하여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비만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으며 기대수명이 짧다는 것은 이미 많이 밝혀져 있다. 주로 연관된 질병은, 당뇨, 생식계통의 장애, 심혈관계질환,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호흡기계장애, 지방간 담석 등의 간담도계 질환, 암,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다.
(계속) 다음 편에는 비만의 평가와 치료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